넋두리.....

by 늘푸른꿈 posted Nov 18,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병원이라면 징그럽다고 하는 녀석이
하얀 가운만 봐도 기겁을 하는 녀석이
오늘 정기검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별별 검사 다 받다가 이제는 뇌파와 피검사만 하는데도
얼마나 보채고 싫어라 하는지
늘 병원에 오는 날이면 마음이 짠한게
개운치가 않네요
이놈의 병원문을 언제나 넘지 않으려는지....


검사하러 가는 날

바람은 찬데
아무것도 모르고
밖에 나가자니
졸졸 따라오는 녀석
병원에 들어서자
벌써 얼굴이 굳어지고
잠자는 약을 먹인다고
울며불며 버둥대다가
스르르 잠이 들어
뇌파를 찍어보고
피도 조금 빼내고
약기운이 사그러들지 않아
비척이며 투정을 부리는데
가슴만 답답하니
괜시리 줄담배 피우다가
업어주고 안아주고
겨우겨우 달래놓고서
과자하나 안기면서 달래놓고

바람은 찬데
하늘은 맑은데
마음만 회색빛에
먹구름 가득한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
얼마나 더 지속되어야 하는지
속시원히 말해주는 이 없고
시커멓게 속만 타
웃음이 맑은 아이를 보면
더 속만 타들어가
어허 무슨 놈의 아비가
두 손 다 놓고서
이리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
11월의 하늘은 맑은데
삶은 이리도 무겁기만 한지

연신 웃음을 웃다
다시 잠이 든 아이를 두고
바람은 내 가슴을 파고 들더니
허허로운 웃음만 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