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8 20:06

둘째아들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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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




5년 전이다.
오후 나절에 조심스럽게 들어 선 집에서는 내가 발표했던 첫 창작집에 수록돤 전사의 어머니란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엄니의 신발만이 덩그라니 놓인 툇마루를 내려다 보다가 슬그머니 집을 나왔다 대문앞에서 인기척을 크게 내며 구두굽 소리를 높였다.여지없이 노래는 그치고 엄니께선 문을 여신다.
"오늘은 일찍 오셨소? 뭐하시고 계셨소?"
"허긴 뭣을 해야 앙긋도 안했다."
"근데 별나 허둥대시는 것 같소."
"이눔이 생사람 잡네 언제 허둥 댔다고."

얼마나 만류 하셨던가!
노래 테이프 제작은 곧바로 징역행 이라며 지독히도 하지 말라 애원하셨던 어머니.끝내 제작했던 테이프를 듣기는 커녕 케이스 조차 보기도 싫어하셨던 어머니. 그래서 더욱 더 조심스럽기만 했던 나날 들이었다.

"엄니 아까 테이프 틀어 놨지요?"
" 내가 언제야?"
"뭘 그러시요? 아까 들어옴서 들었는디 그러요 어쩌든가요.들을만 헙디여?"
"안들었당께 그러네 이눔이!내가 헐일이 없어 뉘 테이프나 들어야? 시끄럽다 이눔아."
"아따 엄니! 테이프 보다 더 좋은 목소리가 있응께 한 번 들어 볼라요?"
"오메 이눔봐라.유제 부끄렁께 허지마야."
엄니의 겉행동과는 상관없이 노래는 부르고...

                  전사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전사의 어머니
선생님뜻 받들어 살라 하시던 어머니
흰머리가 눈부시어도 자식 위해 넘는 고개
주저앉아 설수 없어도 가리라 넘겠노라
끝내 헤쳐 간 고통의 세월
끝내는 떠나는 아들 매달리며 하시던 말씀
조국의 아들 돼라고 목놓으시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전사의 어머니

" 아따 한곡조 뽑았더니 맘이 개운하네.우리 엄니도 요런 엄니가 됐으믄 좋겄는디.안그러요? 그나저나 한 오십만원만 더 구하면 계획한대로 해 보겄는디 더이상 돈 나올 때도 없고 아따 죽겄구만..."

다음날 아침.
새벽 출근길로 엄니는 가시고 느즈막에 일어난 머리 맡으로 삼십만원이 든 돈봉투가 나를 반긴다.흘릴곳이 없어 눈안으로 기어들어 가는 이슬같은 눈물 한 점이 가슴을 빠른시간으로 적셔 간다.
자식의 고충앞에 무기력 해지고 만 엄니의 걱정거리는 결국 자식을 징역으로 보내고,찾아가야 할 엄니의 생일날 징역은 오히려 오셔야 할 설움으로 벅차다.낡아빠진 쇠창살 새로 기어드는 바람을 이고 담담하게 엄니를 부른다.

                   둘째아들의 선물

울 엄마 가슴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금빛색깔로 찬란한 금송아지 있지
한 평생 보도 못할 황금빛 송아지
그 송아지 한마리면 딸년 신세도 필걸

울 엄마 머릿속은 무엇을 생각할까
오직 착실한 내 아들 둘째아들이었으면
한 평생 정을 바쳐 기른 내 강아지
바람잘날 없더니만 왜 이리 모질다냐

울 엄마 살아 생전 드려야할 선물 있지
빨간 색깔로 찬란한 스카프 있지
황금이 소용있나 있는대로 살자
그렇게 아로새긴 스카프 있어
엄마 목에 드리우면 미친놈처럼 울테야 (93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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