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6.07 22:20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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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차디찬 전사들의 훈련장 학습투쟁의 산실
원수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으로
복수의 칼을 가는 우리들의 용광로
란 글씨와 함께 포스터가 소개되어 있는 홈페이지의 소개란!
한 번쯤 눈 여겨 봤을지 모르지만
그 곳의 그림은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노래를 만들어 대중적으로 알리게 된
분노라는 테잎의 포스터이다
그리고 글귀는
옥중창작을 하면서 부단히 자신을 갈고 닦아가는 전사의 모습을
나의 거친 목성으로 낭송하여 테잎에 실었던 글귀이다

우와! 참 부끄럽다
내가 직접 나서서
노래인지 악을 쓰는 것인지 모르게 질러대는 대목들은 정말 낯이 뜨겁다
(그래서 지금 홈페이지 노래창고에서는 그 부분들을 싹 지웠다 죄송?)
-사실 홈피에서 듣는 노래는 각 앨범의 구성이나 내용의 순서들이
서사적 구조로 맞물려 있지 않아서
어떤 노래를 들어도 사실 그 당시의 감동이 잘 전해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런 무모하기까지 한 테잎이
수 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나오자 마자 2주만에 지리산이란 노래가 전국을 강타하게 된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해 볼까
그 것은 역시나 대중의 몫이기에 여기서는 넘어가자
덧붙이자면
무슨 평론가랍시고 이름표를 달고
이러쿵 저러쿵하는 작자들을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한 마디로 좆도 모른 것들이 탱자탱자하고 있는 것이다
좆과 불알을 봐야 탱자처럼 생겼는지 아닌지 아는 것이지
척보면 안다는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과 나는 인연이 참으로 먼 듯 싶다  
다시 말해 직접 대중의 마음이 되어 노래를 듣든지
아니면 그럼 네가 한 번 해 봐라
이렇게 대하는 버릇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16년이 지나서 다시 이 그림을 유심히 바라보게 된다
사실 어제 밤에 그 당시의 주인공들 몇을 만나서 술 한 잔을 했기 때문이다
참으로 오랜만의 회합이다
고단한 일상에서 가족들을 꾸리며 살아가는 현실에서
우리들의 회합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는 이가 태반이다
그런 현실에서 지리산이란 노래를 울부짖듯이 불러재껴
앨범 출시 2주일(말이 2주일이지 그야말로 혁명이었다)만에
지리산이란 노래를 전국에 알려버린 가수를 비롯한
몇 몇을 만난 것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수 십명의 동료들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치우고 지나가는 밤이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어제 만난 한 동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과천종합청사가 없었던 그 당시에
세종로 소재 정부종합청사에 불질러 버리고
서울구치소에서 징역을 살면서 나는 많은 곡들을 창작하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홈페이지의 사는이야기란에서 맨 처음에 올렸던 '살아온 길' 참조)
육개월 남짓 징역을 살다 특별사면으로 출소하여
곧바로 창작된 작품들을 정리하고
바로 앨범작업에 들어가기 위해
노래일꾼들을 모집하고 연주자들을 섭외하기 시작했다
어느 한 노래패를 섭외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투쟁하는 동지들 중에서
나름대로 노래를 잘한다는 동지들을 규합하였던 것이다
전남대학교 음악교육과에서 연습실로 쓰던
대강당 4층에 있던 피아노 연습실의 창문을 뜯어내고 들어가
우리는 연습에 돌입하였다
이 얼마나 연습하기에 좋은 공간인가!
두 달간을 연습하면서 안 사실인데
음악교육과 그 누구도 그 연습실을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더 없는 행운이었다
들어갈 때는 항상 밑에 달린 창문을 뜯어내고 개구멍을 만들어 들어갔다
그리고 연습을 하였다
연습하다가 투쟁일정이 잡히면 바로 뛰어 나가고
가두투쟁(그 당시 가두투쟁이라 함은 양손에 화염병을 들고 온거리를 휩쓸면서 관공서란 관공서는 모조리 찾아다니면서 불 질르러 다니는 청년학생들의 실천행동을 뜻함ㅋㅋ)이 끝나고 나면 다시 모여 연습하곤 했다

연습을 끝내고 남은 것은 실재로 녹음을 하는 것인데 돈이 없다
녹음일정이 가까워 질수록 초조감은 더해온다
하도 답답해서 전남대 도서관(백도)앞에서 앉아 있다가
아는 동지들 지나가면 앨범에 투자하라면서
천원에서부터 몇 만원까지 강도짓 아닌 강도짓을 해가며 모아 보았지만
긴 연습기간의 우리들의 생활비용과 녹음비용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녹음을 하루 남겨놓고 한 동지가 학회실에서 나를 부른다
종화동지!
왜요?
아직도 돈 못 구했지요?
... ...
여기있습니다
아니 무슨돈입니까?
시골에 내려가서 소팔아 왔습니다 그런데 종화동지 말처럼 테잎이 나와서 한 달만 팔면 다시 이돈이 회수되기는 되는 겁니까?
최선을 다해야지요
그럼 이 돈을 쓰세요 이 돈이 제때에 회수되지 않으면 저는 학교를 일년 쉬어야 합니다 그러니 신중하게 종화동지 답게 신중을 기하십시오

200만원 정도로 기억을 하는데 그 당시 납부금이 40만원 정도 했기에 학생으로서는 참으로 거액이었지만 그 동지는 나를 믿고 건네주었던 것이다
천군만마를 얻은 그 때의 기분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일이다
내 생애에서 그 날처럼 기뻤던 날은 없었다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놈들이야 자다가도 웃을 일이지만
인생은 결코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에
부자들이 돈으로 해결하는 것으로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동지사랑이 스며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나는 그토록 기뻤던 것이다

그렇게 분노는 탄생하였다
전국 방방골골에서 나의 카랑카랑한 사투리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학우들이 많아져 가고
그렇게 분노는 한 없는 민중의 골짜기로 빠져들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정말이지 [분노] 탄생의 일등개국공신은 바로 그다
오랜만에 그와 어제 밤 늦게까지 술 한잔 했다
지금도 다행이 돈은 상당히 많이 벌고 사는 것 같아 다행이다
마음이 참으로 넉넉했다
돌아와서는 날이 새도록 분노테잎을 들었다
부끄럽고 창피했던 마음은 단 한점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이 테잎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나의 노래인생이 계속되는 한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동지 사랑을 깊이 되뇌이게 하는 음악감상이다

술 한잔씩 건네면서 한 동지가 제안을 한다
우리 그 당시 분노팀이 다시 모여서 그때 그대로 공연을 한번 합시다
옆에서 맞짱구를 친다
그때 실렸던 곡 그대로 그 내용 또한 그대로 공연을 하는 겁니다
옛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된다면
80년대 학번들 구름같이 밀려들지 않겠습니까?
또 옆에서 맞장구를 친다
그래 한번 합시다 공연비는 우리가 십시일반합시다
나도 취한 김에 좋다 한번하자 라고 말하고 말았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지금은 준비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때가 되면 언젠가는
어제의 용사들이 모여 한판의 분노를 꾸리게 될 것이다

붉디나 붉은 가슴으로 오월의 하늘을 보라
백만학도여!
가슴과 가슴을 부여안고
핏빛 금남로를 내달리며 우리 이렇게 맹서하자
나는 민족해방투쟁에 빛나는 오월전사의 후예로서
죽을 수도 물러설 수도 없다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끝까지 투쟁할 것을 맹서하자 (흐 - 미 다 틀려부렀네! 잘 생각이 않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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