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8 20:04

반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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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편이




반편이가 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자랑하면서 혼자 한없는 행복에 젖어가는 반편이가 된다.이런 날이면 영원한 반편이가 꿈일듯 나래친다.
얼마되지 않는 사람들의 격려 편지중에 나를 진짜 반편이 되게 했던 편지를 기억한다.성남에 산다는 여성 노동자인데 이름을 기억하진 못하겠다.노래와 인연을 맺고나서 받은 최초의 편지만큼 기억또한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땅의 주인으로 살고자 하는 끈끈한 노동의 아름다움을 이 밤도 채취로 느끼고 있음을 전하고싶다.
언젠가 시인인 김형수 형으로부터 차를 함께 타고가다가 들은 말이 있다.자신이 펴낸 산문집에,아름다운 기억으로 자리잡은 학창시절 은사님에 대한 그리움과 평안함을 묻는 글을 실었는데,그 은사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고한다.섬 오지에서 아직도 교편을 잡고계신 그 분께서 책 잘 읽어 보았다며,손수 전화를 하셨다고한다.반가울수록 더 할말이 없어지고 마음만 앞서듯이 형수형도 마찬가지인듯 싶었다.자신이 낸 책으로 인해 잊혀져 갔던 은사님의 오늘을 확인했다는 뿌듯함에,어린애 같은 무구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택시 뒷편에 기대어 은근히 부러워 했던 기억을 더듬으면서,꼭 한번 편지를 띄우고 픈 성남으로 마음은 벌써부터 줄달음을 친다.
보잘것 없는 미치광이 같은 삶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스스로에게 적용하고 살아가는 동안에,날아든 편지 한통엔 따뜻한 애정의 풍요가 철철 넘쳐 흘렀다.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에 채찍으로까지 작용했다는 구절은 일에대한 보람과 피땀흘린 노동의 극치를 맛보게한 순간이었다.음의 높낮이나 길이조차 껄끄럽기만 했던 습작기간에 이 보다 더한 힘과 용기를 줬던 것은 없었다.그 순간에 나는 세상에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사람이었다.내가 나를 자랑하는 말 그대로 반편이가 되었다.수 십만명의 펜들을 확보한다고 한들 끈끈한 조국사랑이 없는 사람들은 결코 모른다.반편이의 진실한 사람사랑을.
편지 한통으로 삶의 용기를 갖고,미래의 희망을 돌려주는,어머니 조국안에서 그려지는 동지애의 지고함을 알 수는 없으리라.
투박한 글씨체와 그리 능숙하지 못한 맞춤법의 글솜씨가 아름답게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사람이 내던져 주는 생활에 깊이 스민 거짓없는 사랑을 확인했기 때문이다.진짜 애정을 갖고 있다면 감싸기보다는 가차없는 비판을 던져주어야 한다는 말이있다.그 말이 진실이라한들 나는 온통 따뜻함만을 얘기해 주는 맞춤법이 틀린 편지를 보내준 그 사람이 더 좋다.치열한 노동의 하루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거침없이 보여주는 어눌한 글씨체가 솔직히 말해 더 좋다.내가 대하기도 편하다.진짜 비판은  이  끈끈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집도절도 없이,뛰어다니고 숨어다니던 그 시절에,편지를 어렵게 받아본 탓에 연락처도 모르게되고 만 편지의 주체에게 늦게나마 안부를 물으면서 지독히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열심히 살고 있으리라는 확신으로 함께하는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음을 곱씹는다.
반편이의 빈곤한 하루가 되새겨 보는 아름다운 기억은  수 많은 사람들의 겉사랑보다 한사람의 뜨거운 삶의 진실에 목숨을 걸게 한다.
-9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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