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08 20:19

갈길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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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은 간다




전부를 내주고도 갈길은 간다
내 너를 버리고도 갈길은 간다
끝까지 예전처럼 눈물이나 흘리고
에돌아 가려 한다면 너를 두고 떠날테다
피가 되든 물이 되든
내 갈길 간다

함께 갈 내 사랑아 멈추지 말아다오
철벽을 뜷고라도 갈길은 간다
끝까지 예전 처럼 눈믈이나 흘리고
에돌아 가려 한다면 너를두고 떠날테다
피가 되든 물이 되든
내 갈길 간다

* * *

혼자서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 질 수록 넓게 내다보지 못하는 조급함이나 단순함이 많아짐은 사실인가 보다.그럴 때 일수록 누구라도 함께 대화하는 소중함은 각별하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말이 절실해 질른지도 모르겠다.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오늘을 조심해야 할까보다.
깊은 밤에 '갈길은 간다'라는 노래를 더듬어 보고 있노라니 극도로 팍팍했던 징역생활이 어른거린다.함께 사랑을 나누면서도 함께 있지 못하는 조국의 현실 속에서 그윽한 애정마저 침탈을 받게 되니 사고마저 쭈그러드는 모양이다.
움츠린 혁명이 이 노래의 출발이다.

늘 사람챙기는 일에 열심이었다. 그것이 내가 살아온 역사라면 역사다.내게는 뭐가 있든없든 그것은 항상 둘째 문제이고 너부터 살리자는게 습관처럼 몸에 스며있다.갈수록 이런 일이 혼자만으로는 벅차지고 두렵기까지하다.내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도 이 일을 함께해야 할까보다.그 사람마저 챙겨 줘야할 대상이 될 때면 그 땐 그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갖혀 있으메 할일은 못하고 밖에서 해야 할 나의 일을 당연스레 사랑하는 사람이 해줘야 한다는 징역욕심을 한없이 키우던날로 돌아가 본다.
꼬마의 고생이 말이 아니다 제 몸도 출옥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리도 제대로 못했을텐데 밖에서 내가 해야 할 무거운 짐들을 안겨주니 안타깝다.하지만 돌아서고 나면 보람이다.때론 평평한 활동가의 관계로서 일들을 무리없이 대행하고 대신 하여주는 삶의 조각들이 혁명을 전달하는 무기이고,갖혔어도 실천하는 의미이고 행복한 삶의 조건이다.
사람이 못돼서 그런지 상대방에게 과학적인 비판을 던질 땐 냉혹할 정도로 몰아부치는 성격이다.그것은 받아안을 수 있는 수준의 조직과 사람에 한에서 그렇다.그러기에 나를 비판하는 어떤 상호비판도 반푼어치도 못되는 합리화로 넘어가려고는 추호도 생각지 않는다.과학적인 비판이라면 올곧게 수용한다.방법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다.두 사람간의 관계에 있어 오류가 반복된 행위를 보면 자신을 통제하는 조직에서도 그러리라는 생각까지 미친다.그럴 때는 뿌리를 파 버리겠다는 의지로 비판을 제기 한다.그럼에도 배워가는 사람에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뻔히 그러리란 걸 알면서도 징역인 바에야 누굴 감싸줄 여유가 없다.별다른 도리도 없다.두번 다시 보지 않을 것처럼 분노하고 그래서 징역오니 살만 하더냐는 말까지도 뱉어내는 오류를 범한다.이렇게 해서 하나의 오류는 또 하나의 오류를 낳고 만다.
모르고 그러는 걸 어쩌겠는가.돌아서면 후회스러움으로 고민한다.계속해서 가슴이 쭈그러든다.생활마저 활력이 없어진다. 나긋나긋하게 설득하고 그래서 안되면 또 해보고 지속적인 과정으로 지켜봐야 함에도 그러기는 커녕 상대의 정치적인 문제까지 들먹이면서 짖어 댔으니 어쩌란 말인가하는 반성도 해 보지만 그 반성사이로 흘리고 다니는 그 사람의 철없는 보안감각이 그려지면 다시 분노로 쌓인다.
안타까워도 어쩔 수 없다.이번 기회에 뼈를 깎는 반성으로 실천하지 못하면 둘 다 죽는다.오늘의 고통쯤은 참아야 한다.보안은 머리로 익힌 지식이 아니라 몸으로 익힌 감각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재다짐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는 긴장이 감돌고 일상생활에 까지 지속되어 나이차이를 잊고 서로 제각기 고민이다.나는 나대로 상대는 상대대로!
부끄럽게도 쭈그러든 가슴으로 분노의 끝에 창을 달고 거친 숨을 쉬었던 그 순간에 '갈길은 간다'는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원망은 하되 배우거라 보안의 생활화를!
우리같은 사람은 그래야 산다.

교도소에서 재소자 인권 보장싸움을 제대로 성과 있게 해 내지 못하면 깨졌다고들 표현한다.부산의 징역시절 교도소내 민주화 투쟁시 무참히 깨진 적이 있다.서러워서 잠못 이루던 밤에 '목숨을 걸고 갈길은 간다'라는 글발을 대형 화선지에 크게 써 놓았다.단식을 결행하는 전날밤이었다.친하게 지내던 담당교도관이 시찰구로 내다보면서,
"참 독특한 필체요.왜 이리,글씨가 한스러운지 모르겠소."
"... ..."
건네는 말에 댓구없이 누운 채로 글발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면회 올 사람이 절로 생각난다.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접견일자가 훨씬 지났는데 여직 오지 않아서다.답답하다.죽었는지 살았는지 미칠지경이다.전해야 할 말들도 많은데....
징역이라는 곳은 참 희안하다.소포라도 도착한다고 했던 날에 도착하지 않으면 도무지 일이 잘 잡히지 않는다.온통 소포나 기다린다.괜히 교무과에 가서 소포 빠진 것 없느냐고 묻는다.그것이 양말 한 켤레가 될지라도 상관없이 신경이 쓰이긴 마찬가지다.밖에서 바빠서 못보냈으려니 하면서도 무슨 사고가 나지 않았나 하는 엉뚱한 생각에 집착하기도 한다.그럴 땐 늦게 들어오는 자식 기다리는 우리 엄니같다.
지금에나 돌아보니 여유롭지만 그 날 그 밤엔 쓸데없는 오기에 묻혀 긴밤으로 뒤척였을 뿐이다.그 밤에 '갈길은 간다'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노래 발표 후 간혹 이런 소리를 듣는다.
어려워도 함께가지 왜 두고 떠나느냐고!
물론 두고 갈 수는 없다 차라리 같이 죽을 지언정 혼자 갈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는다.그러니 곰곰히 생각해 보자.정녕두고 떠난다는 말인지를.나는 생활속에서 느꼈던 그대로의 감정을 운동적 관점에서 힘들게 처리했다.이 노래의 의미가 포기하고 떠난다는 못난 전사의 상을 내포하고 있다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창작주체가 그런 위험부담마저 감수하면서 작품을 내 온것은 더 큰 것을 위해서다.더 큰 것을 볼 수 있는 눈에는 주체의 낙관성이 필요하다.더 큰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변화발전하기 마련이다.항상 과거처럼 머문 채로만 있지 않다.하여 지금은 그럴지 몰라도 끝까지 눈물이나 흘리고 있지는 절대로 않다는 것이다.그걸 알기에 혼자서 떠나겠다는 구절은 서로간에 잘 해보자는 자기 결의를 내오게 되는 소재거리에 불과하고 만다.상대로 하여금 입술을 굳게 물고 자신을 반성하고 실천적 근성으로 앞날을 헤치라는 뜻이 깊게 배어 있다.
사랑은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곳에 정체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은 가야할 한길에서 서로에게 실천적인 힘을 줄 수 있도록 피터지게 당기고 끝까지 남아 밀어 주는 것이다.이제 더이상 이 노래를 두고 주저하거나 관념을 증폭시키진 마라.좋으면 부르는 것이고,자신의 생활감정에 맞지 않으면 노래자체가 부담이 되면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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