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by 박종화 posted Sep 0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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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내가 없으면 조국도 없다라는 말은 거의 내 생활 전부의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끔직히도 나는 나를 사랑한다.내 중심과 내 주체,내 현실,내 존재를 확인 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사고도 할 수 없이 돼버린 생활의 연속이다.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주고싶은 생각이나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일도 요즘사회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여간 어려운 문제이리라.그러한 생활속에서 배운 생존방식인 것이다.누구를 위해,무엇때문에,존재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자기 생명력이 없다면 인간의 생활이 얼마나 단순해지고 무미건조해 질 것인가를 생각하면 끔직하기까지 하다.처음에는 본뜻이 아닐지라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면 그저 돈벌어 부모 모시고, 가정 꾸리고, 자식 키우는 일에 전부를 거는 단순한 삶들이 되어간다. 정치적 본성을 갖는 인간임에도 말이다. 무엇인가 써보고 표현하고 싶은 예술실천이나 이와 유사한 다른 다양한 사람들의 행위도 어찌보면 혼자만의 단순한 생활상을 극복하고 함께 삶을 공유하고자 하는, 인간이 갖는 사회 정치적 몸부림인듯 싶다.
내게도 마찬가지로 스스로 확인된 '나`라는 존재가 이루고자 하는 사회정치적 도전이 있다. 도전의 시작점에서 목숨이라는 것은 숭고하리만큼 엄숙하면서도,풀 이파리만큼 가벼이 다가온다.
사람이 저마다 짓는 미소가 스스로는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움에 젖어 들듯이, 목숨이란 것도 저마다 자기향기를 발산하게 되어 뽑내겠지만 가장 으뜸인 것은,
올바른 일에 대한,
나보다는 너에 대한,
혼자보다는 함께에 대한 목숨이다.
값있는 일에 목숨을 거는 것은 자신의 기쁨이다. 혼자만의 목숨이 아니라 모두의 목숨이 되면 자신의 기쁨은 모두의 것이 된다. 만인의 행복을 위해 바치는 사람들의 정열이야 말로 사람이 있는 곳에서 아름다움의 꽃이 아닐까?
목숨걸고 달려드는 사람만큼 살고자 하는 몸부림이 강한 사랍은 없다. 그 것이 바로 자기주체를 확인하는 것의 완성이다. 내가 없으면 조국도 없다라고 하는 사고의 최고점이다. 사소하지만 구차하지 않는 일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람이 드문 오늘에는, 그 만큼 주체에 대한 확인의식이 적다는 것을 말해주는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생에대한 진지함은 목숨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열정적인 삶이 갖는 생의 진실성은 목숨바친 자기 삶의 완성을 가꿔 가는데 앞서 나간다.
나의 노래 이야기를 하면서 목숨을 피해 갈 수는 결코  없을만큼, 목숨에 대한 강한 집착력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생에 대한 소중함과 질긴 민들레의 투혼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싶다. 삶의 외경스러움의 다른 표현이 목숨은 결코 아니란 것을 말하고 싶다
삶의 가장 격정적이고 진실성있는 표현이 바로 목숨이란 것에 이르게 되면, 나에 대한 목숨에 관한 곡해된 얽힘도 조금은 풀릴 것만 같다.

끝으로 목숨에 관한 노래나 기타 창작적 동기 발현의 지점에 서면 이런 말을 하고싶다.
조국이란 나무에 잎새로만 살기는 싫다.
떨어지면 썩어져 조국이란 나무에 거름이 되는 것만으로 삶을 이해하고 싶지 않다.
주체로 서서 조국을 가꾸는 피눈물나는 투혼이고 싶다.
그런 사람이고 싶다.

나라는 사람이 없었을 때 조국은 내게 없었다.-9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