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말기

2002.10.07 16:26

종화 조회 수:326

참지말기

갑자기 이가 아파오더니 어느날인가는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이가 아파왔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는데 그저 아무 생각없이 참았다
이가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아파왔는데도
아랫층 약국에서 진통제를 먹고 통증을 가라앉혔다
조금씩 통증이 가라앉더니만 다음날 부터는 서서히 괜찮아졌다
그래서 또 참아 버렸다
그 뒤로는 무슨 음식을 씹을라 치면 부담이 가는 선에서 잔 통증이 왔다

그렇게 몇날을 보내다가
한가한 날에 혼자 라면을 삶아 먹다가 문득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없이 후원회의 운영위원이신 우치과 원장을 찾아갔다
나의 입안을 보더니 입을 딱 벌리고 한참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가 네조각으로 깨져버렸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도록 얼마나 아팠느냐며 왜 이제야 병원을 찾았느냐며
혀를 끄을끌 차는 것이었다
사람이 아무리 독해도 이런 쓸데없는 짓에 독기를 품는 것은
어리석은 바보 들이나 하는 짓이란다

그리고는 이내 3주를 병원에 다녔다
술을 먹지 말라는 우원장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날이면 날마다 만들어지는 술자리를 나더러 어떻게 피하란 말인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마셨다
그리고는 겨우겨우 금빛찬란(?) 금니를 덮어 쒸웠다

치료한 쪽으로 음식을 씹으면 뭔가 석연찮은 것 같고
예전에 씹던 그 안정감이 도통없었다
그래서 이를 훈련도 시킬 겸 맥주마실 때마다
꼬박꼬박 오징어만 안주로 시켜서 씹기 훈련을 했다
얼마나 줄기차게 오징어를 씹었을까
어느 순간에 입안에서 툭소리가 나더니
온몸에서 열기가 오르면서 참을수 없는 통증이 또다시 밀려왔다
치료한지 얼마나 됐다고 설마 별일은 없겠지 ..

또다시 진통제를 먹고 며칠을 참았다
그래도 통증은 여전히 가시지 않은채 나를 괴롭혔다
하는 수없이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금빛찬란(?)과 맞물려 있는 위쪽 이빨이 깨졌다는 것이다

후아
푸하
환장할 노릇이다
이빨 훈련시킨다고 씹어댔던 오징어의 성과는
또다시 이빨하나를 깨뜨리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오늘도 병원을 찾았다
이제부터는 하루에 한번씩 오라한다
술마시지 말고 오라할때 가고 빨리 치료를 끝내야 겠다는 생각은 변함없건만
오늘밤의 술자리는 어떻게 피해야 하는 건가
아마도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아픈 이를 정성껏 치료해 주시는(물론 공짜로) 원장님의 말이 걸작이다
이빨이 아픈데도 놔두면 놔둘수록 손해라 한다
아프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한다
되로 막을걸 말로 막는다는 말은 바로 형을 두고 하는 말이란다

쓸데없는 짓을 되풀이하는 종화의 반성의 그릇은
오늘도 여전히 삶의 쓰레기로 가득차 있다
내뱉은 침과 함께 꽁초가 산처럼 뾰족히 산을 이루고 있는
작업실 나의 재떨이 처럼

추신:
아우 아파
우쉬 다 빼버리고 틀니나 할까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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