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하는 장례식장

2003.11.05 20:10

종화 조회 수:335

" 야
주변에 죽을사람 있냐
죽을사람 있으면 소개해라"
"왜요"
"내가 잘 아는 @@장례식장이 30프로 세일한다더라"

한참을 멍하니 이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빨리 죽으라는 소리인지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말이다
아파서 누워있는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에게
장례식장 세일한다고 소개시켜준다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의 정서에 맞지 않을 것 같다
아픈사람을 두고 마음이 아픈사람에게 장례식장 세일한다고 말한다는 것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래도 그 예식장은 30프로 세일의 깃발을 들고 선전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참 세상 많이 변하고 있다
요새는 사람도 많이 죽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에는 일분에 한명꼴로 죽었는데 노년층이 늘어나면서 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든다고 한다
그래서 장례식장 조차 드디어 세일에 나섰다
보무도 당당하게 크낙한 프랑을 걸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장례식장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식장이었는데
지금은 장례식장이다
사업을 전환해도 꼭 예식장에서 장례식장인가
거기서 결혼한 사람들은 기분이 참 이상하겠다
그건 그렇고
장례식장이 세일한다는 말을 안주삼아 우리는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에 한 사람이 농담을 던진다

"그래 70프로까지만 내려와라 내가 먼저간다
저승가는 길도 돈드는 세상에서 70프로 세일까지 간다면 나는 저승간다"

참 슬픈 농담이다
가슴이 미어지는 농담이다
얼마나 하루의 삶이 버거우면 이런 농담이 술좌석의 농담으로까지 쉽게 던져지는지...
그것도 젊디나 젊은 놈들의 입에서 이런 농담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을 보니 참 세상이 슬퍼진다
하루가 고달프고 세상이 나를 한없이 벼랑으로 내밀어도
인생이라는 것 자체가 한가치의 담배조차 건네주지 않아도
희망으로 무장해야 할 조국의 젊은이들이여
종화를 슬프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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