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28 17:14

화장실의 종이가방

조회 수 369 추천 수 0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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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종이가방

전남대에서  열리는 대동제에서 주막을 했다
몇푼이나마 수익이 발생할까 싶어서
피곤을 무릅쓰고 열심히 일하던 날
대강당 화장실에서 나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
오줌을 갈기고 손을 씻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가을 볕에 그을린 얼굴을 문지르다가
문뜩 두개의 종이가방을 발견했다
세면대 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한쪽 구석에 박혀 있는 종이가방 두개를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새로 산 것처럼 깨끗한 가스버너와 프라이펜이 담겨 있었다
누가 이런 걸 화장실에 버리고 갔을까
이렇게 새 것을 왜 버렸을까
주막하다가 그만두고 버렸을까
그런데 버릴려면 쓰레기장에 버리지 하필 화장실에 두고 갔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두서없이 하다가
횡재를 만났다는 기분으로 집어들고 우리 주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화장실에서 주어왔다고 자랑햇다
그러던 중에 한 후배가
혹시 큰 것을 보는 사람이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기엔 좁으니까
거기두고 큰 일을 보고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참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그 생각을 못했을까
다른 생각만 두서없이 하고는 정작 그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는것이 원망스러워진다
혹시 자신의 물건을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급히 화장실로 가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화장실안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어떤 씹새끼가 가져갔냐
더러운 자식 가져갈게 없어서 휴대용가스렌지를 다 가져가냐
그것도 볼일보고 있는 틈을 타서 가져가다니 더러운 놈
그 개자식 오늘 차에 치여 뒈져버려라
.....
내가 일을 수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
수습할 용기마저 나지 않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놈이 지저대는 저 욕을 다 듣고 있는 이 상황에서 상책은 그냥 모른척 하는 것이 제일이다
모른척 다시 나왔다
주막으로 돌아오니
한 후배가 말을 건다
주인이 있었어요
아니 아무도 없던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답을 하긴 했지만
내가 참 이상한 꼴이 됐다
버린 물건 재활용차원에서 가져온 건데
주인이 똥통에 있을 줄이야...
머리돌리는 횟수가 짧은 이 놈의 대가리가 죄다
그리고  가스렌지와 후라이펜의 주인한테 미안타
?
  • ?
    유화 2003.09.30 12:51
    하하하하 수고하셨네요 주막하시느라 초대좀해주시징
    종이가방 주인 디기 화낫겠당
  • ?
    종화 2003.10.07 13:13
    보리수님은 마음이 무지 여린 여성분인것 같습니다
    이런 분이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헤어날 수가 없는데 어떡하징....
    주막에 와서 물론 절 보고 가셨겠죠
    누군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말씀하시지 그냥 그렇게 파전먹고 가시면...
    여린 종화의 마음에 작은 조약돌하나가 잔잔하게 심장을 건드리는군요
    언제 어디서나 늘 같은 마음으로
    마음의 상처는 굳건하게 받아내면서
    한번 받든 남자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삶의 승리를 맛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 ?
    과객 2003.10.09 19:53
    한번 받든? - 무심코, 무의식적으로 지나가는 남성중심적 사고가 여기서도 보이네요.
    남자라면 한번 받든 여자! 라고 표현 안하겠죠? (말꼬리 잡고 늘어진 것이 아님을 )
  • ?
    종화 2003.10.13 17:24
    과객님 잘알겠습니다
    그리고
    유화님 전주에 간거 청보리에게 들어 아시죠?
    청보리사랑이 부안촛불시위에 공연간다고 한차에 한 번 들릴려고 했는데
    마음만 바빠 서둘러 광주로 왔습니다
    전 마을이 나서서 투쟁하고 있는데
    아는사람 얼굴보러 간다는게
    저에게는 쉬운일이 아님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언제는 여유있어 만났나요 되는대로 시간내면되지 라고 말씀하는 유화님의 목소리가 귀에 선해요
    이사정리 잘하시고 앞으로의 삶은 좀더 탄탄해 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
    유화 2003.10.13 20:02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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