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2.24 15:45

방을 치우다가

조회 수 687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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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이 또 봄은 왔다
겨울내내 단이와 결이가 쓰던 방을 청소하려 작정을 하고
청소 도구들을 집어들었다
털어내고 닦고 붙박이 장롱을 활짝 들어내고
책상도 앞으로 들어내고 침대도 빼내고 야단법석을 떨어봤다
단이와 결이는 방을 쓰는 동안 어른들 수고를 덜어준다고 항상 아침이면 방청소를 열심히 하곤했다
그런데 어쩐 일이냐
큰 마음먹고 청소를 하려고 모든 걸 들어내 보니까 참 가관이다
저절로 잔웃음이 입가에 머물고 만다
그래도 자기들이 컸다고 스스로 청소도 하고 참 대견해 보이는 단이와 결이를 생각하면서 어린아이들의 청소개념이란게 이런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모처럼 흐뭇한 웃음을 홀로 지어 보았다

자기들이 먹고 난 과자봉지들은 책상 밑에 보이지 않는 곳에 박혀있고 침대 밑에는 우중충해 보이는 홑이불들이 쑤셔박혀있고 붙박이 장롱에는 별로 잘 쓰지 않는 물건들과 잘 입지 않는 옷가지들이 한아름으로 구석에 박혀있다  아빠의 옷가지에서 나오는 허접한 잡동사니들도 보이지 않는 곳곳에 박아두었다 책상과 서재 사이의 빈틈에조차 얇은 사무도구들이 박혀있고 좌우지간 밖에 나와서 지저분해 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틈틈이 박혀있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청소라는 것은 지저분한 물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추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추어서 깨끗이 치우고 지저분한 물건들도 가지런히 정리해서 제자리에 놔 두는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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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안댁 2006.02.24 17:48
    봄이 바로 문턱 까지와있음을 느낌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단이결이도 개학해서가고 형에 허전함이 엿보이는군요
    항상 건강 잘 챙기시고 도 바빠지기전에 한번 얼굴 뵈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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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화 2006.03.04 11:37
    노래는 잘 듣고 계시는지요
    그래요
    바빠지기 전에 한 번 오세요
    그리고 별로 안 허전한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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