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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원한 벗 신은정을 떠나 보내며
                          박종화

오빠
밝고 환한 모습으로
스스럼 없이 불러 재끼며
전남대 사회대 학생회실을 드나들던 때가 엊그제 같습니다
그리고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로
그대를 부르며 무릎을 꿇습니다
  
광주의 딸로 태어나

참 된 삶을 위해 
자신의 안락을 만인의 행복으로 만들고자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했던 우리의 누이 앞에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무릎을 꿇습니다

주마등처럼 스치는 당신의 20년의 역사가
서럽다 못해 넋나간 인간이 되어
말도 없이 슬픔마저 삼켜 버린 채로
그렇게 죄인마냥 무릎을 꿇습니다

세월은 가고 세상도 변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조국앞에서
한 숨을 쉬며 술에 취해 있을 때도
늘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때론 과감하게
때론 무모하리만큼 덜컹대며 걸어가던
당찬고 당찬 여전사를 그리며
못다한 청춘으로 가슴 떨리게 무릎을 꿇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란 게 별 것 아니라며
살아온 대로 변치않고 살면 된다고
외려 선배들까지 위로하던
그 화사한 미소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
서러워 두 손 모아 무릎을 꿇습니다

전부를 바쳐 살아가야 할 삶에서
자신의 몫만큼은 챙겨두려는 나의 부끄러움이
밀물처럼 다가드는 오늘이 아파서
그대의 열정과 사람 사랑의 위대함이 너무 아파서
이렇게 무릎을 꿇습니다

사랑하는 누이여
그대 앞에 고개숙인 많은 이들이
살아 있는 한 그대를 기억하며
생의 채찍을 가해 갈 것이니
결코 놓고 싶지 않는 이승의 일들이
영혼을 부여잡더라도
시름접고 가소서
그대의 영원한 미소 한 점 뛰우며
슬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주소서

그대 앞에 찢기는 상처로 무릎 꿇은
모든 이들의 가슴에 희망으로 피어날 우리의 누이여
잘 가소서
백 번 천 번 잘 가소서
부디 부디 잘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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