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51

이별이 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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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 주는 말
박종화

모든 평양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기 위해
순안 공항에 도착하니 눈물입니다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은 한없이 눈물을 징징거리면서도
통일을 위해 힘써달라는 울먹이는 말을 결코 놓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다음에 또 만나자고 그만 울어라고
달래는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습니다
어른답지 못했습니다
이윽고 터지는 조국통일의 환송연호는 함성이 아니라
차라리 또 눈물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저리도 푸르게 살아있는 눈빛으로 배웅을 하는 평양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동포의 눈물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어찌하지 못하고 서 있으니
생경한 눈물바다에 밀려
마냥 하늘만 쳐다보는 이가 있으니
공항 너머 먼 산을 쳐다보며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
결국은 소리내어 엉엉 울고 마는
스무살 처녀의 아려오는 슬픔이 있으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도대체 지구에서 살기 위한 몸부림이 맞긴 맞는 겁니까
왜 이래야만 됩니까
인간으로 태어나
한민족이 갈라져
반 백년을 갈라져
이렇게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가슴 찢는 아픔으로
작별인사를 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답 없는 메아리만 들어야 하는 외침도
더 이상은 그만을 외치고 싶은 여름 낮입니다
이 부적절한 표정과 어색한 눈빛으로
얼싸 안아야 할 포옹이
너무나도 싫어지는 이별의 마지막 순간입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은

풀 한 포기 하나에도
눈 끝이 아려오는 소중함을 맛보게 한
겨울 눈발에도 꽃을 피워낸다는 백두산 들꽃은
언제나 보고싶은 그리움을 주었지만

작은 배려에도 코끝이 아려오는
모정을 느끼게 한
고려호텔 아주머니들의 세심한 배려는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함을 주었지만

한번의 접촉에도
손끝이 아려오는
아련한 황홀을 맛 보게 한
백두밀영에서 맞잡은
안내원의 고운 손은
놓고 싶지 않은
깊은 통일의 연정을 주었지만

정녕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은
가슴 끝이 저미는 아픔으로 전율케 한
저희들을 위해 조국을 통일시켜 주시라는
소년학생궁전 꼬마들의 통일인사였습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나의 가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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