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2002.10.01 23:29

종화 조회 수:184

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박종화

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술취한 이들은 가끔씩 비틀거리고
건너편 편의점 유리창 안으로
컵라면 젓가락질 소리만이
서걱거리고 있다

시끄러운 듯 고요한
깊은 밤거리에서
낯설은 얼굴끼리
밤을 낮삼아 허기진 배를 채우고
몇몇은 어둠에 기댄 채로 비틀거리며
두서없이 귀가를 헤매고
나는 아직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언제나 만날 수 있을까
헤일 수 없이 많은 시간들을 만지작거리며
기다렸던 순간들은
좀처럼 오지 않는 희망을 위해
참아야함을 강요하고
한송이 붉은 장미를 들고 오는
광야의 여인처럼
길고 긴 시간의 여울목을 지나
새벽을 달려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세뇌시키며 끝없이 강요하고 있다

만나야 할 사람은 여전히 오지 않는다
문을 닫으려는 포장마차
다시 천막을 열어젖히는 순간까지
나는 새벽을 믿으며
또 한번의 좌절을 묻어 두었다
얼어버린 찬손 맨가슴으로
찾아 올 사람을 위해
비맞은 바람으로 휘몰아 오는
여인을 위해
그 한 여인을 위해
쓰디 쓴 소줏잔에 일렁이는 아픔을
침묵으로 닫아두었다

댓글 0

파일 첨부

여기에 파일을 끌어 놓거나 파일 첨부 버튼을 클릭하세요.

파일 크기 제한 : 0MB (허용 확장자 : *.*)

0개 첨부 됨 ( / )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김준배가 있다 종화 2003.09.18 162
41 통일운동가 문재룡선생 1주기추모에.... 종화 2003.08.29 132
40 노래꾼으로 산다는 것은 종화 2003.08.29 160
39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종화 2003.06.24 219
38 망월동을 걷는다 종화 2003.05.10 218
37 그대가 곁에 있기에 [1] 종화 2003.01.13 318
36 받고싶어요 [3] 종화 2002.10.24 391
35 날고싶다 종화 2002.10.24 259
34 일미터 사이를 두고 종화 2002.10.01 162
33 평양 안내원과 조선일보 종화 2002.10.01 179
32 창문을 열면 종화 2002.10.01 152
31 어디 소리쳐 보시오 종화 2002.10.01 158
30 눈치보는 사람들의 시는 종화 2002.10.01 137
29 이별이 주는 말 종화 2002.10.01 147
28 나의 이유 종화 2002.10.01 187
27 우리가 왔습니다 종화 2002.10.01 118
26 영원한 아웃사이더의 꿈 종화 2002.10.01 161
25 술잔을 들어라 종화 2002.10.01 185
24 모르고 있다 종화 2002.10.01 106
» 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종화 2002.10.01 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