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23

삶이 초라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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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초라해 진다
박종화

푸른 들녘에 나와
하늘을 벗삼아 누웠다가
땅벌에게 사정없이 쏘였다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고
벌들은 세상을 하직한다

죽으려고 사는 것은 아닌데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닌데
벌들은
말없이
단호하게
보금자리를 위해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고
운명처럼 세상을 하직한다

쏘여버린 얼굴의 아픔을 넘어
발버둥치는 내 삶이 초라해진다
벌떼의 죽음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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