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25 20:38

환장하게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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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장하게도 평화롭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날
크리스마스가 뭣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아빠의 선물을 기다리는
초등학교 3학년인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쌍둥이 아들
단이와 결이를 데리고
국회 앞
범민련동지들이 단식하고 있는 농성장을 나갔다
할아버지들한테 건강하세요
라고 말하고 큰절을 하라고 했다
그 때부터 우리들의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왜요?
-할아버지들이 국회앞에서 15일동안이나 밥을 굶고 있잖아
-그럼 우리가 봉투에다 쌀을 담아가면 되잖아요

학교에서 배운 것이
불우이웃돕기할 때 쌀을 봉투에다 담아가는
그런 것인가 보다

-왜요?
-이렇게 추운날
천막도 없이 맨 땅바닥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할아버지들이 앉아계시면 너무너무 춥잖아
-그럼 할아버지들은 집이 없나요?

추우면 노숙자나 땅에서 잔다고 생각하나보다

-왜요?
-이라크에 우리나라 군대를 파견한다고 하잖아
-그럼 파견 안하면 되잖아요 근데 파견이 뭐예요?
-다른나라에 우리나라의 군대를 보내는 것을
파견이라고 하는 거란다
-다른나라에 군대를 보내면 안돼요?

군대를 보내는 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나보다

너희들이 할아버지들한테 큰절하면
아빠가 너희들이 원하는 선물 사줄 거야
결국은 선물공세로 밀어붙이는 아빠가 됐다

좋아요
...
...

기분도 씽씽
세 부자는 여의도를 향해 갔다
정작 도착하니
농성장에 아이들을 데려갈 수가 없다
차마
그럴 자신이 없다
누가 콜라라도 먹을라치면 그건 미국놈 똥물이잖아
라고 말하는 아이들이지만 데리고 가기엔 너무나 슬프다
왜 세상이 이래야만 될까를
왜 할아버지들이 불쌍하게 집도 없이 쌀도 없이
맨바닥에서 앉아 있어야만 되는 것인가를
아이들 앞에 설명할 수가 없다

여의도 공원에서
자전거 하나 3천원에 빌려주고
아빠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말 한마디 남겨두고 어른들의 얼굴을 보러간다

일상에서 진행되는 일정을 이유로
광주로 향해야 하는 이놈의 발걸음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는데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단이와 결이의 모습은 정말이지
정말로 평화롭다
짓프르게도 평화롭다
환장하게도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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