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5 20:56

금남로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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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를 걷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부서져 버린 오월을 생각하며
금남로를 걷는다
모두 쓰러져 가고 찢기운 깃발만 나부끼던 이 길에서
살아있는 욕된 목숨이 치떨리게 부끄러웠던
오월을 걷는다
수 십 성상을 넘어오니 깃발마저 간 데 없고
총칼로 짓밟았던 살육의 현장은 문화전당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해져 버린
어머니의 길 금남로를 걷는다
모두가 애국자 이고 모두가 오월의 후예라고 떠들어 대는
무모한 함성만이 하늘을 뒤 덮는 이 오월에
광주는 다시 피가 끓는 채 걷는다
여전히 짓밟히고 피 흘리는 민중의 함성을 들으며 혁명의 도시는
다시 한번 불타는 적개심을 쟁기질하며 걷는다
총칼 앞에 무릎 꿇었던 이들이 오월을 알겠냐고
그들이 오월을 맞을 준비를 단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겠냐고
그들이 도대체 살육의 도시 몸부림의 도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를 알기나 하겠냐고
알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맡겨 놓으니
어찌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겠냐고
한 없이 가슴에 외치며 걷는다
항쟁의 칼빈총 소리를 지금도 들으며 걷는다
조국통일의 그 날까지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을
오월항쟁 전사의 절규를 들으며 걷는다

광주의 오월은 언제나 끝이 없는 시작이다
모든 껍데기들과 맞서 시작이다
끝가지 살아남아 부릅뜬 눈으로 보고야 말
오월에서 통일까지의 그 끝을 늘 시작으로 그리며
항쟁마저 가진 놈들의 장난감이 돼버린 이 오월에도
우리들의 도시 광주는 해맑은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은 채
따스한 햇살을 씹으며 원한의 길 금남로를 걷는다
                                              (구도청 앞 낭송 4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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