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

2008.12.07 13:25

종화 조회 수:253

겨울나무

벌써 며칠째 밖으로는 한 걸음도 떼지 못 하고 있네요.
계속된 폭설이 산속을 완전히 뒤덮었기 때문이죠.
무릎까지 빠지도록 눈은 겹쌓이고 산길은 모두 덮이어 버렸으니 두부 한 모 사러 갈 엄두도 못 내고 방안만 빙빙 돌고 있습니다.
밤이 되면 산기슭을 돌던 맵짠 바람이 방안으로 기어 들어와 살 속까지 파고듭니다. 그러다가 해가 뜨면 또 퍼붓는 눈입니다.
쉴 새 없이 퍼부어 대고 있으니 설경이야 환장하리만큼 아름답지만 은근히 약이 오릅니다. 산에 갇혀 한 발짝도 못 떼고 이게 무슨 짓인지 하는 생각을 하면 괜히 화가 나기도 하지요.
사람뿐만 아니라 짐승들도 참담합니다. 굶주려 죽지 않기 위해 짐승들은 악착같이 민가로 침입해 들어옵니다.
나무들도 죽을 맛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나무가 아니라 나무를 관리하는 내가 죽을 맛입니다. 자연 속에 있는 나무가 아니라 정원에서 많은 돈과 정성을 들여 키운 나무들이다 보니 폭설에 시달리는 나무를 보면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오늘도 연약한 나무들은 눈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정없이 부러지고 있습니다. 몇 십 년을 키워 온 나무들이 아무리 아까워도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튼실한 나무들은 외려 눈을 조롱하지요. 눈송이를 고스란히 머리에 인 채 겨울세상의 꽃이 되어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줍니다.

눈보라에 흔들리다 부러지는 나무 있듯이
시련 속에 비틀거리다 쓰러질 수도 있습니다.
눈발에 휘어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나무 있듯이
좌절을 딛고 일어설 수도 있습니다.
눈을 조롱하는 튼실한 나무 있듯이
맨 처음부터 강인하게 당당할 수도 있습니다.

겨울 풍경속의 모든 나무들 중에서
내가 바라보는 겨울나무는
부러지고 휘어져 볼품이 없어도
봄을 기다릴 줄 아는 나무랍니다.  

그대의 겨울나무는 어떤 나무인가요.

[봄을 기다릴줄 아는 나무]

560*600

*어쩌자고
우리네 길은
겨울 다음 겨울 또 겨울입니다
그래도 가슴은 항상 봄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작고 또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민초의 가슴이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나무 한 구루가 드팀없이 서 있는 형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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