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36

술잔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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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을 들어라
박종화

서성이는 사람
무정한 세월
시련의 산줄기를 향해
술잔을 들어라

지금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술잔이라 해도
지켜온 자의 고결한 신념을 안주 삼아
몸은 야위었으나 변함없는 사랑 나누면서
술잔을 들어라

지울 수 없는 청춘의 약속은 언제나
동면설한을 깨고 타오르나니
세월도 좌절도
피눈물의 산줄기도 적시우는
일당백의 취기로 술잔을 들어라

그대 가슴에 드리운 쇠창살의 아득함이
아직은 머리끝에 남았어도
망망한 긴 긴 겨울 밤
믿음의 뜨거운 맹세는 꺼지지 않노니
힘들어 하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멋있는 말로 건배를 청하면서

피같은 술잔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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