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45

우리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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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왔습니다
박종화

구름처럼
바람처럼
넋으로 온 게 아니라
생 몸뚱이로 삼팔선을 단숨에 날아서 넘고
평양에 왔습니다
한두 사람의 선각적인 방북의 대가로가 아니라
수많은 통일 열사들의 목숨과 바꿔서 왔습니다
아직도 구천을 헤매며 조국이 통일될 날만을 울부짖는
못다한 영혼들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평양이여 우리가 왔습니다

죽어도 올 수 없을 것만 같던 평양을
반 백년을 한결같이
목이 터지도록 가자 북으로를 외치다가
옥 창살에 청춘을 묻고
사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지고
가족도 버리고 애인도 다 바쳐진 성전의 그 길 따라
오직 통일의 단심 하나만을
순결한 양심의 보따리에 싸 들고
사무치도록 그리웠던 평양이여
우리가 왔습니다

가다가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고
가다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뛰다가 엎어지면 부축이고
달리고 또 달리다 고꾸라질지언정
서로가 서로를 기대고 부둥키며
맞잡은 손 절대로 놓지 않고
그대들의 심장 평양이여
우리가 왔습니다

광주보다 더 가까운 평양을
이역만리 나라들보다 더 멀리
에돌아야 했던 지난날의 치욕을 쓸어버리고
단숨으로 날아와서 그대들의 손을 잡고
떨리는 심장의 붉은 피로 뜨겁게 맞잡고
또다시 험하고 험한 시련이 시작을 외칠지언정
한 맺힌 눈물로 부둥키며 잡은 손
결코 놓지 않을 팔월의 맹세를 위해
사랑하는 평양이여
사무치도록 그리웠던 평양이여
그대들의 심장 평양이여 우리가 왔습니다
통일의 한마음으로 우리가 왔습니다

그대들의 뜨거운 환영의 박수 소리는
끝내 하나가 되고 말 민족의 맥박 소리가 되어 고동치고
짙푸르게 살아 있는 검은 눈동자로 빛을 뿌리며
외쳐대는 그대들의 절절한 환영의 함성은
이미 민족 최고의 통일노래가 되고 말았으니
다시 한번 두 눈 부릎뜨고 쳐다보는 평양이여
온 가슴이 으스러지도록 부둥켜 우는 평양이여
우리가 왔습니다
민족통일의 이름으로 우리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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